자유게시판

[환경 그림책 토론] 올리버 제퍼스<나무 도둑> ('홍건익가옥'에서)with 전지적 지구 시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7-30 18:26

본문

서촌에 있는 공공 한옥 '홍건익 가옥'에서 오늘 책 모임이 있었다. '홍건익 가옥'은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곳이다. 팜플렛 소개에 따르면, 홍건익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은 상인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지만, 이 가옥을 그가 1934년에 토지를 매입한 후 1936년까지 건물을 지었고, 그 후 여러 차례 소유자가 변경되었다가 2011년에 서울시에서 매입해 보수 공사를 거친 후 공공 한옥으로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별채 5동의 건물과 후원이 있는 구조다. 장소를 예약한 샘에게 들은 바로는 서울시 한옥 포탈에서 홍건익 가옥 포함 7개의 한옥을 예약할 수 있고, 모임의 취지와 성격을 기재한 후 대관할 수 있다고 한다.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정갈한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오전 11시부터 단아한 공간에서 환경 그림책을 읽고 토론하는 '전지적 지구 시점' 모임이 진행되었다.

오늘 책 모임의 지정도서는 북아일랜드의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올리버 제퍼스가 글과 그림을 그린 <나무 도둑>이었다. 주니어 김영사에서 2011년에 번역 출간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숲이 어느 날 술렁술렁 거린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다. 밤사이 나무들이 여기저기 잘려 나갔다. 숲속 동료들은 도대체 누가 나무를 마구 잘랐을지 범인을 추리해 나간다.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방법이 진지하면서도 코믹하다. 나무 도둑을 찾기 위해 탐정, 판사, 검사 역할을 나누어 맡으며 탐문 수사를 펼쳐나간다. 아무리 뒤져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중 뭔가 하얀 것이 날아오르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길래 가보니 종이비행기다. 그 종이비행기 위에 곰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도둑으로 몰린 곰이 밤새 조사를 받는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 나가 꼭 일등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종이를 다 써 버려서 종이를 만들려고 나무를 벤 거예요. 잘못했어요. 엉엉." 곰은 진심으로 뉘우친다. 그런 곰의 마음을 친구들이 이해하고 용서해 주기로 한다. 곰에게 나무를 심으라고 하고, 곰은 씨앗을 뿌리면서 약속을 지킨다.

이 그림책은 환경보호의 중요성도 알리면서, 친구들 사이의 우정도 지켜준다. 종이를 함부로 낭비하면 안 된다는 교훈적 메시지도 전달한다. 나무 도둑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치는 숲속 친구들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대대로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곰의 마음속 부담감도 읽을 수 있다.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그림도 다정하고,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무 도둑> 그림책 토론 이후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인문지리학 교수인 마이크 흄이 쓴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책의 리뷰도 있었다. 기후 위기를 둘러싼 담론이 자칫 전체주의식 종말론적 관점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는 책이다. 모두가 기후 위기를 말하고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기후 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잘못 기능할 때 발생가능한 부작용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장소, 좋은 그림책과 색다른 관점의 책, 그리고 환경문제에 있어서 깨어있는 시민이고자 하는 독서활동가들과 함께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 모임 이후에는 한옥 이탈리안 음식점 The 94로 이동해서 맛있는 점심을 함께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서촌에서 '전지적 지구 시점' 을 지향하는 좋은 사람들과 '읽고, 토론하고, 먹고, 걸었던' 뿌듯한 하루였다.

대표번호044-903-8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