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리운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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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도서 리뷰이다. 독서지도 선생님들과 최근 셀러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가지고 토론했다. 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토론 내용을 모아서 작성해 놓는다.
이 책이 2021-2022년 계속해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시국에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데 이 책이 그런 위로를 해주고 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 각 세대의 고민 및 내면의 갈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서로의 마음을 읽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결말) 다만, 결말에 의사로 밝혀지면서 모든 사실을 한꺼번에 알려주는 것은 작품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정치적 의도가 작품에 심어져 있어 보였다. 독고 씨가 의사가 아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 책은 각 장마다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산해진미 도시락 – 염 여사 (60대?)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씨 삼각김밥의 용도 – 50대 생계형 알바 오선숙 씨 원 플러스 원 – 참참참을 먹는 회사원 경만 씨 (50대?) 불편한 편의점 – 30대 희곡작가 인경 씨 네 캔에 만 원 – 편의점 사장 아들 민식 씨 (40대?)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 사설탐정 곽 씨 (70대?) ALWAYS – 독고 씨 (50대?)
민식씨와 선숙씨 아들이 나오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히키코모리처럼 방에 혼자 박혀 있는 사람들의 내면과 상황이 잘 묘사된 것 같다. 네 맨에 만원에서 민식씨가 맥주 네 캔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드라마 같고 흥미로웠다. 편의점이라는 메마른 공간에 따뜻한 인물을 병치시켜서, 편의점을 동네 구멍가게 같은 느낌으로 그려 놓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경만씨가 나오는 부분에서 '참참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왜 하필 참이슬+참치김밥+참깨라면 이었을까? 먹어보고 싶어졌다. 20대 시현 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대이지만 20대 같지 않아 보였다. 20대만의 활발함이 없는 것 같다. 느리게 소통할 줄 아는 어른 같았다. 그리고 취직이 되어 편의점을 쿨하게 떠나는 것도 신기했다. 옥수수 수염차가 기억에 남는다. 먹어보고 싶어졌다. 좋은사람들흥신소 곽 씨가 편의점 알바생이 된 것이 재미있었다.
나에게 '편의점'이란 어떤 곳인가요?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쪽)
동네 슈퍼가 사라져서 편의점을 주로 가게 된다. 1+1을 많이 산다. 나는 편의점이 있어 안전한 느낌이 든다. 상비약, 우산, 생리대 등 만물상이면서 밤 늦게까지 불 켜진 유일한 곳이다. 학창시절 밤 늦게까지 편의점에 누군가 있어 내가 안전하다는 안정감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우리 세대와는 다른 곳인 것 같다. 아이들은 편의점은 동네 슈퍼가 아니라 대형 마트와 비교한다. 대형 마트보다 좁아서 사람에게 관심 가질 수 있고 관찰이 이용 가능한 곳이다. 나에게 편의점은 동네 구멍가게와도 같다. 번화가에 살고 있어서 편의점이 곧 나의 단골 가게이다. 독고 씨는 그래서 구멍가게 아저씨라는 생각이 든다. 독고씨의 간섭을 사람들이 그리워했다. '그리운 간섭'이라고 말하고 싶다. 열풍기를 틀어주는 것도 그렇고, 할머니들이 돌아오는 곳이었다. 해외에 가보니 아이들이 편의점을 무척 그리워한다. 편의점은 원래 '편리한' 곳인데, 이 책은 '불편한'이라는 것을 붙여 편의점에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서로 거리를 두고 싶지만 사람 관계를 그리워하지 않나? 이 아이러니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산해진미 도시락: 염 여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무엇인가요? 나도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있나요? '산해진미 도시락'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내게도 '산해진미 도시락' 같은 것이 있나요? •가족 같다는 느낌은 이런 것이다. … 주말 알바는 숙대 학생들이 채워주었고, 주중 구멍 나는 시간은 교회 청년회 학생들을 투입했다. … 가족 같은 고전 직원들과 아직 때가 덜 묻은 대학생 알바들이 염 여사를 사장님이라 부르며 편의점을 지켜주는 것이 그녀는 늘 신기하고 고마웠다. 32-33쪽 • 염 여사가 편의점 경영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이 사업장이 자기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33쪽 •독고 씨, 먼저 스스로를 도우세요. 38쪽
염 여사를 보면서, 가족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보다 알바생들이 가족 같다는 말에서 '엄마'로서의 염 여사보다,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었던 것 같다. 알바생들과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관계가 성립된다. <순례 주택>의 순례씨와 비슷한 점이 있다. 염 여사와 순례씨 모두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인물이면서 힘을 주는 사람들이다. 가족주의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인물 설정 같다. 무척 쿨한 태도가 공통적이다. 염 여사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 같았다. 어른이라면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독고 씨가 그 보살핌으로 인해 자신을 찾아간다.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염 여사의 모습에서 누구든 기댈 수 있는 중심이자 받침, 배경이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기독교 종교인으로 나온다. 마치 교회의 권사님이나 구역장님 같은 느낌이 든다. 수 천명의 학생을 성장시킨 교사이지만 철부지 자식을 둔 엄마라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으며, 본인도 힘들면서도 다른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다. '산해진미 도시락'은 소통을 시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편의점에서 가장 비싼 음식이기에, 상대에 대한 존중과 대우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편의점 음식들로 인물들이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의 모든 음식들이 위로와 소통의 역할을 한다. 가성비 있는 식사, 빨리 먹는 식사이지만,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진미가 된다.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시현을 보면서 공감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나의 20대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내가 경험했던 '제이에스(진상)'이 있을까요? •사장이 직원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직원도 손님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53쪽 • (시현은) 넷플릭스와 인터넷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접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었고, 자신만의 온실인 편의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힘들게 공무원이 되어봤자 결국 좀 더 큰 편의점이 아닐까? 국민의 편의를 봐주는 공간에서 또 다른 제이에스들을 만나는 삶. 59쪽 •(시현은) 그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보람 있다는 걸 체험했고, 자기에게 그럴 능력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어제도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독고 씨를 생각했다. 그에게 가르쳐주듯 차분히, 천천히, 말하고 움직였다. 어쩌면 노숙자 같은 사람들을 도울 단계적 절차은 그렇게 좀 더 느리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80쪽
내가 어딘가에서 진상이 아닐까 질문하게 된다. 얼마 전에 동탄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수영장을 설치했던 사건처럼,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지 모른다. 내가 진상인지 의심하는 사람은 진상이 될 수가 없다. 나도 진상을 많이 만난다. 학부모님 중 환불 문제로 예민하게 굴면서, 한 달에 몇 번 출석 안하고 시간 날 때만 학원을 보내는 부모님이 있다. 그 분은 나에게는 진상이지만 자기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 같다. 시현이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만는 것이 독고 씨의 한 마디였다. 우연한 기회가 인생을 바꾼다는 생각을 했다. 시현이의 자질과 준비된 모습에서 다가온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자질과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면 옆에서 알아봐주면 좋겠다. 독고 씨가 그것을 발견해주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나는 교사로서 어떤 모습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중학생 이상은 자질과 재능이 잘 보이기 때문에 근거 있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고통이 있은 후에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다. 암기를 해야 이해가 되는 것처럼, 자유를 느끼기 위해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시현이는 그런 의미에서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삼각 김밥의 용도: 오선숙 씨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무엇인가요? 나의 자녀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삼각 김밥'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나에게도 '삼각 김밥'과 같은 것이 있을까요? •긍정의 화신이자 평생 교육자로서 불량 학생 계도에 늘 앞장서 온 사장 언니와는 다르게 선숙에겐 단순 명쾌한 하나의 금언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전문용어로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것이었다. … 그래서 선숙은 사람들을 믿기보다는 개를 믿는 것을 택했다. 87쪽 •그거예요. 들어주면 풀려요.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아들한테 … 그 동안 못 들어줬다고, 이제 들어줄 테니 말… 해 달라고 …. 편지 써요. 그리고 … 거기에 삼각김밥 … 올려놔요. 108-109쪽
오선숙 씨는 너무 불쌍한 여성이다. 남편과 아들 문제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부정적인 말들은 보통 자기가 불행하기 때문에 하게 된다. 자기가 불행하면 상대도 물어 뜯게 된다. 오선숙 씨가 삼각형의 관계, 삼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오선숙-남편-아들, 이 세 명의 관계가 일정한 거리가 있어서 좁혀지지 않아 보였다. 과시는 결핍과도 같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드러내게 된다. 오선숙 씨가 그랬다. 소통이 전혀 안 된다.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너무 열심히 살아서 힘들어 보인다.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인물이었다. 나도 집에만 있는 아들이 있다. 아들의 문제가 단지 '경청'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들어주며 해결된다는 손쉬운 생각을 작가가 보여준다. 결혼을 안 하고 경험이 적은 작가라고 생각했다. 손 쉬운 해결은 젊은 사람들의 판타지인 것 같다. 오선숙 씨와 아들의 관계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풀리는 것으로 나온다. 삼각 김밥 하나로 정말 해결될 수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오은영 박사 급으로 모든 문제가 독고 씨 한 명에게서 해결된다. 만능였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해결되는 쾌감과 힐링을 이 책이 주는 것 같다. 사람들이 점점 가벼운 책들만 읽는 것도 이런 인물이 탄생되는 원인이다. 1회나 한 챕터 내에서 갈등이 해결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깊이 있게 사람의 내면을 파고들지 못한다. 소설들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그게 요즘 트렌드 같다.
원 플러스 원: 경만에게 가장 공감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원 플러스 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젊은 시절) 유일한 장점이던 성실함과 친절함의 바탕은 체력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며 딸리는 체력은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능력과 비굴함으로 변화시켰다. 체력은 정신력조차 지배하게 되어 멘탈이 털리는 날이 늘어났고, 곧 대표와 협력자들의 무시로 돌아왔다. (회복탄력성이 자취를 감춘 거다) 116쪽 • 큰 앤지 자은 앤지 암튼 … 하나가 그러더라고요. … 엄마가 아빠 힘들게 돈 버니까 … 돈 아껴 써야 한다고 … 편의점에 가면 … 원 플러스 원만 사라고… 그랬다는 거예요. 거참, 정말 아, 알뜰하다 싶었고 … 애들이 참 … 자알 컸다 싶었죠. 133쪽
경만의 성실함과 친절함이 너무 안타까웠다.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였던 우리 세대, 우리 남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경만의 심리는 너무나 잘 묘사되었는데, 역시나 아이들과의 화해가 너무 쉬웠다. 해결이 쉬운 에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들려고 했던 것 같다. '원 플러스 원'은 편의점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면서, 경만의 쌍둥이들을 의미하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사가는 원 플러스 원 상품들로 인해서 쌍둥이들과 화해하게 되고 가족 간의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사랑이 확장되는 느낌이다.
불편한 편의점: 인경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불편한' 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인경이 미간을 찌푸려 고집스러운 인상을 지어 보이자 희수 샘의 딸은 우레와 같은 폭소를 터뜨려 주었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구나. 139쪽 • 밥 딜런의 와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140쪽 •그러니까요. … 편의점에서 접객을 하며 … 사람들과 친해진 거 같아요. 진심 같은 거 없이 그냥 친절한 척만 해도 친절해지는 것 같아요. 156쪽
전체 이야기 전개 상 가장 독립적이어서 빼도 괜찮을 부분 같았다. 인물이 겹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어색하기도 했다. 오선숙 씨 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자의식 과잉과 현실 인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여성 작가의 내면을 잘 묘사했다. 남성 작가인데 여성 작가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풀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라서 더 공감되었다. 인경은 먹물이었다.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능력자였다.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토지문학관에서 글을 썼던 작가 본인의 경험이 녹아 들어간 것 같다. 특히 인경의 말 중에서 '내 계획과는 다르게 이루어진다'고 하는 부분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삶은 정말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네 캔에 만원: 민식의 부분에서 가장 공감한 것은 무엇인가요? '네 캔에 만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민식의 경우만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래서 가장 현실성이 있었다. 다른 인물들은 매우 손 쉽게 해결되는데, 민식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염 여사 같은 엄마 밑에서 이런 철부지 아들이 있을 수 있을지 의아했다. 인물 설정이 계속 의문스러웠다. 교사들은 염 여사의 딸처럼 잘 살지 않나? 염 여사의 성격 상 아들과 애착 관계도 잘 형성되었으리라고 여겼다. 인물 설정 자체는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자식 문제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네 캔에 만원'은 애주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천원이라도 오르면 삶의 행복의 질이 떨어진다. 민식이 네 캔에 만원짜리 맥주로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폐기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폐기상품과 재활용품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내가 돈도 못 벌면 마누라가 밥이나 해주겠나. 젊어 빠릿빠릿하게 돈 벌 땐 잘해주더니 … 이제 이 모양 되니 키우는 개만도 못한가 봐. 211쪽 • 동료야. 우리가 늙었다고 이런 취급을 당하면 쓰겠나? 나라를 일구고 살림을 일으킨 게 우린 데 …. 왜 이제는 찬밥 신센 거냐고? 자식 놈들은 전화 한 통 없고 세상은 우릴 폐기물 보듯 하고 응? 211쪽 • 너 재활용품이랑 폐기물이랑 어떻게 다른지 알아? 211쪽 • 대화를 나눌 가족이 사라졌고 그것이 스스로의 탓임을 깨닫게 된 곽은, 그제야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가 편하게 느껴졌다. 진즉에 봉했어야 했다. 가족들에게 무심코 던졌던 폭력적인 말들이 고스란히 자신의 뒤통수에서 울릴 때마다 자업자득이란 말을 되새김질 할 수밖에 없었다. 215쪽 •아주 없이 술 드심 … 안 좋아요. 날도 춥고 … 뜨거운 핫바 드심 좋잖아요. 그리고 이거 … 판매 기한 막 지난 거거든요. 폐기 상품이라고 … 아직 상태 괜찮아요. 218쪽
가장 마음이 아픈 대목이었다. 본인 스스로를 폐기상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태극기 집회 나가는 곽 씨의 친구에게 하는 말에서, 입 다물고 살라는, 윗 세대에게 하는 조언으로 여겨져 작가의 정치적 입장도 드러나는 것 같다. 곽 씨는 가장 판타지스러운 인물이었다. 이런 인물이 정말 개과천선이 가능할까 싶지만, 반면에 유일하게 민식씨를 혼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알바생으로 취직하는 부분이 매우 통쾌했다. 폐기 상품과 재활용품의 차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어떤 태도를 지니느냐에 따라 고집만 부리고 소통을 안하는 민식과 같은 인물은 '폐기상품'이 된다. 그러나 곽 씨나 선숙씨 아들처럼 변화하고자 하고 소통하고자 하며 의지가 있는 인물은 '재활용품'이 될 수 있다. 어떤 노인,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장이었다. 사소한 배려가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ALWASYS : 독고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계 맺기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결말은 어땠나요? •“자네 뭐 하던 거시기여? 나가 다 늙어 암것도 못 도와줘도 그거 하나 알아야 쓰겠구먼. 궁금한 건 아주 못 참아부러. 그니께 이 잘생긴 양반이 뭔 일로 여까지 와서 거시기를 하냔 말이여?” … 지금 생각해보면 백발 할머니의 거시기 타령에 나도 질문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체, 너는, 진짜 누구냐고. 236쪽 • 너한텐 … 사람이 물건이고 폐기물이지 … 돈이 되면 물건이고 돈이 안 되면 폐기물. 244쪽 • 손님한테 하듯 … 하세요. 손님한테 … 친절하게 하시던데 … 가족한테도 …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 될 겁니다. 251쪽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252쪽
가족에게도 손님에게 하듯이 하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손님처럼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게 가족이다. 모든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족 간에 문제가 있었다. 가장 힘든 사이가 가족인 것 같다. 배운 대로 하면 된다. 손님 대하듯이 친절하게. (결말은 모든 토론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갑자기 김 새는 결말이다. 열린 결말도 괜찮았을 것 같다. 굳이 의사로 설정해서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사소한 배려와 따뜻함을 정말 똑똑한 사람만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의사가 되어 사죄한다고 대구에 가는 것도 불필요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고 가벼운 소설이 유행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만 아쉬운 결말일지도.
독서지도를 한다면?
연령은 적어도 중학생 이상. 성인들의 고민이 대다수라 청소년이 공감할 소재가 적기 때문에 성인과의 토론이 가장 좋다. 주제 : 소통, 연대, 관계 맺기, 세대 별 고민 거리, 착한 사마리아인, 선한 영향력 등에 관해 논의 가능하다. <순례 주택>과 연결 가능하다. 소통과 연대를 주제로 두 책을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 책 속 글귀를 보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그러면서 어휘 뒤에 숨은 의미도 추론해나갈 수 있다. 개인주의의 한계, 공동체주의로의 변화, 그리운 간섭이 필요한 시기라는 논의를 할 수 있다.